회장 취임 한달 넘긴 정의선…이번엔 신동빈과 비공개 회동... 롯데케미칼서 신소재 둘러봐

이코노미한국 | 기사입력 2020/11/26 [14:24]

회장 취임 한달 넘긴 정의선…이번엔 신동빈과 비공개 회동... 롯데케미칼서 신소재 둘러봐

이코노미한국 | 입력 : 2020/11/26 [14:24]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2일 충북 오창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찾아 구광모 (주)LG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정승양 선임기자 code1@hankooke.com

 

인생도처 유상수(人生到處 有上手)라고 했다.

세상은 가는 곳마다 고수들이 널려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스스로 고수라고 자부하며 함부로 나대거나 우쭐거렸다가는 진짜 고수를 만나 혼쭐이 나기 십상이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국내 재벌들이 그간 주로 자기 내부경영에 집중할 뿐 다른 대기업과 공동사업을 모색하는데 인색하고 경계했던 것은 자기 본업의 사업구조를 다른 기업에게 노출하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업종을 영위하던 타 업체가 이쪽 사업의 핵심노하우를 습득해 이쪽 사업영역에 뛰어들어 해당 대기업을 곤혹스럽게 했던 경험은 국내 대기업사()에 차고 넘친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은 전자사업과 자동차사업에 진출해 LG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근간을 흔들 파괴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그룹이라면 모두가 상대방의 자리를 흔들 수 있는 강력한 파워를 가진 고수하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이들 5대그룹간에는 공장 노출은 물론 합작사업도 꺼리는게 상례였다.

그런데 재계의 이런 패러다임을 깨고 나선 인물이 있다.

회장 취임 한달을 갓 넘긴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다.

정의선 회장이 25일 이번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케미칼 사업장에서 만났다.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현대차 임원진은 이날 오후 4시께 경기 의왕에 있는 롯데케미칼 의왕사업장을 방문했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케미칼 이영준 첨단소재 사업 대표이사가 정 회장 일행을 맞았다.

신 회장과 정 회장은 의왕사업장 내 제품전시관과 소재 연구관을 차례로 돌면서 롯데케미칼 측의 설명을 들었다.

의왕사업장은 자동차에 쓰이는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고기능 합성수지 소재와 건축·인테리어·자재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개발(R&D) 센터 등이 있는 곳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현장 경영 차원에서 롯데케미칼 사업장을 방문하는 자리에 정 회장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번 회동이 성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의 정확한 회동 목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동차 신소재 개발 분야의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의왕사업장이 고기능 첨단소재 연구개발에 중점을 둔 곳인 만큼 현대차의 자동차에 롯데케미칼의 첨단소재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회장의 이런 행보가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앞선 광폭행보 때문이다.

이번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회동하면서 정회장은 국내 5대그룹이라는 자전거 바퀴살(Spoke)의 허브(Hub)처럼 부각되고 있다.

정 회장은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배터리 3사 총수와 잇따라 만나 전기차-배터리 사업 협력을 논의했었다.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 카라왕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는다. 정회장은 지난 6 22일 충북 오창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찾아 구광모회장과 회동했었다.

현대차와 LG화학은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 배터리 합작법인(JV) 공장을 지을 부지를 확보했다. 카라왕은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54㎞ 떨어진 지역으로 찌카랑 산업단지 등이 있어 공업 도시로 통한다. 합작사 공장 부지는 약 33만㎡( 10만평)로 전기차용 배터리 셀은 물론 전기차에 탑재하는 배터리팩과 시스템 등도 생산할 예정이다.

정회장의 이런 자유로운 행보가 나이에서 오는 유연함이라는 해석이 있다.

정회장(1970년생·50)은 최근 경영 전면에 나선 국내 3·4세 총수들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부회장(1968년생·52)과 비슷한 연배지만 구광모 LG그룹 회장(1978년생·42)보다는 10여년 형뻘이다.

반면 1960년생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1955년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는 10살 혹은 15살 아래의 막내 동생뻘이라는 점에서 중간 역할이 주목되는 연배다.

또 미래의 전자와 화학산업이 필연적으로 미래 자동차에 모두 투영돼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현대차를 중심으로 나머지 4대그룹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회장의 광폭행보가 어떤 깊은 의중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것일까.  

남들이 예상하는대로 움직이면 그는 깊은 경지에 이른 고수가 아닐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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