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찰들의 지배구조? 박상융 전 드루킹 특검보가 답하다... 신간 ‘경찰을 말하다’

이코노미한국 | 기사입력 2020/03/03 [14:06]

대한민국 경찰들의 지배구조? 박상융 전 드루킹 특검보가 답하다... 신간 ‘경찰을 말하다’

이코노미한국 | 입력 : 2020/03/03 [14:06]

 



 

/조준현기자 jhcho@hankooke.com

 

 

 

어느 시대든지 재주가 많아서 손해 볼 일은 없다.

 

일명 ‘드루킹 특검’에서 대변인 역할을 맡았던 박상융 특검보는 경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특검보에 임명됐던 이례적인 인물이다.

 

특이한 경력이 한몫했다. 그는 대학재학중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군법무관과 변호사 생활을 거쳐 경찰에 투신, 20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했다.

 

사법시험 출신이라는 경력 덕분에 경찰에 들어갈 때 그의 첫 계급은 총경(경찰서장급) 바로 밑의 계급인 경정(경찰서 과장급)이라는 높은 계급이었다. 순경출신이 대부분인 경찰조직에서 그의 존재는 각별할 수 밖에 없었다. 경정으로 시작해 9년째 총경으로 승진했고, 그 후 11년간 총경으로 재직했다. 그 와중에 일선 경찰서와 지방경찰청, 본청을 오가며 근무해왔다.

 

2018년 6월부터는 드루킹 특검보로 임명돼 1년2개월간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한결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가 경찰, 드루킹특검보, 변호사를 오가며 축적했던 경험을 녹여 ‘경찰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경찰개혁에 관한 책을 냈다. 경찰 내부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몰랐던 대한민국 경찰들의 세계와 경찰청 지배구조를 내밀하게 드러내고 검, 경 수사권 조정 등 최근 우리사회 화두들에 대한 견해도 현실감있게 제시한다.

 

그는 이 책을 ‘참회록’이라고도 했다.

 

박 전 특검보는 검, 경개혁이 성공하려면 경찰조직이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현장근무자를 중시하는 공직문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소고발사건, 외근형사, 교통사고 조사 등 경찰 본연의 업무는 현장에서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현장 근무자들은 윗사람 눈에 띄어서 승진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더욱 심했다. 경찰청장, 수사국장 등 고위직으로 승진한 사람들 중 과연 수사업무에 종사하여 승진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수사업무 종사자들은 총경되기도 힘들다.”

 

왜 그럴까. 수사업무에 종사한 사람들은 야근, 잠복, 조사 등 격무에 시달리고 악성민원 혹은 모함으로 징계 등 불이익 처분을 받는다. 그동안 경찰 내 구속, 처벌 또는 징계를 받은 경찰관 중 대다수가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관들이라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업무로 시험공부를 할 시간도 없고 인사고과 평가도 제대로 못챙긴다. 잃은 것은 건강과 가족, 시간이다. 이들은 승진도 못하고 경위 또는 경감으로 쓸쓸하게 정년을 마치는 경우가 많다는게 박 전 특검보가 경험한 경찰청 내부다.  

 

반면 경찰청 내부 중앙 기획부서 근무자들은 총경, 경무관 등 승진을 독차지한 뒤 잠시 지방에 머무르다 다시 중앙부서로 이동해 권력의 성을 다시 쌓는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젊은 경찰관들은 정책기획부서로 올라가 승진과 자기계발의 기회만 엿보고, 정보, 외사, 경비부서로 몰려간다.

 

박 전 특검보는 “수사업무 종사자들이 정년과 승진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수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독자적인 승진, 인사 및 복지시스템 편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드루킹 특검보로 일하던 중 일어난 노회찬의원의 자살은 그가 특검보를 사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그래서일까. 현재 경찰과 검찰에서 이뤄지는 조사방식에도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그의 지적은 더 큰 설득력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사람의 목숨은 칼과 총보다는 말과 글에 의해 좌우된다. 고문은 물리적인 폭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 자존심을 여지없이 깔아뭉개는 심문도 일종의 고문이다.”

 

 “제품에서 더 이상 섹스를 찾을 수 없었다”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드라마틱하게 복귀하면서 스티브잡스가 전 CEO였던 길 아멜리오(Gil Amelio)를 평가한 멘트다. 그 말을 대입해보면 이 책은 ‘육감적’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경찰 개혁과 관련해 현장감이 묻어나는 힌트들이 곳곳에 녹아있다. 우리 동네경찰관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해답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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